UNPRI와 국제금융 트렌드 [성현 ESG스토리]

입력 2023-09-13 14:23  

이 기사는 09월 13일 14:2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이 ESG 활동을 왜 해야 하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필자는 투자와 영업활동을 위해서라고 답하고 싶다. 비영리단체에 같은 질문을 한다면 다른 답변이 나올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해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업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투자와 영업활동을 위해 ESG 활동을 한다는 것은 지극히 솔직한 답변이라 볼 수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라면 ESG를 두 가지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하나는 ESG 관련 법령과 국제적인 규제로 인해 회사가 넘어질 일은 없는지 살펴야 하고, 또 다른 하나는 ESG와 관련한 사업기회가 있는데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여 기회를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한다. 전자는 각종 공시기준의 통합, 공급망 실사법, 탄소중립 관련 법령 등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고, 후자는 친환경 소재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 저탄소 산업 진출 등의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은 ESG 시대에 금융기관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추세를 파악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에 맞게 투자유치나 자금의 차입과 같은 재무활동을 수행해야 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금융기관들의 투자나 대출 의사결정에 ESG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그 핵심에 UN의 책임투자원칙(UNPRI, UN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이 있다. UNPRI는 UN의 지원을 받는 금융기관의 국제 네트워크로서 다음과 같은 6가지 기본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협력한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1. 우리는 ESG 이슈를 투자 분석 및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겠습니다.
2. 우리는 적극적인 투자자가 되어 ESG 문제를 투자철학 및 운용정책에 포함할 것입니다.
3. 우리는 우리가 투자하는 기업의 ESG 문제에 대한 적절한 공개를 추구할 것입니다.
4. 우리는 투자산업 내에서 본 원칙의 수용과 이행을 촉진할 것입니다.
5. 우리는 원칙 이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입니다.
6. 우리는 원칙 이행을 위한 활동과 진행 상황을 각자 보고할 것입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border:1px solid #c3c3c3" />
UNPRI는 2023년 9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5300여개 기관이 서명하였고,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경우 국민연금공단(NPS)을 비롯한 총 31개 기관이 서명하였다.


UNPRI에 서명하면 정기적으로 원칙 이행에 대한 현황을 보고하여 책임투자 이행수준에 대한 평가를 받고 해당 보고가 불성실하거나 불충분한 경우 재평가하여 최악의 경우 서명자 리스트에서 탈락할 수 있다.

즉,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UNPRI에 서명을 하고도 책임투자원칙에 부합하도록 노력하지 않을 경우 서명자 리스트에서 배제되는 수모를 겪어야 할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공단(NPS)과 같은 대형 투자자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금융기관에게 이는 치명적인 결과다.

이러한 흐름에서 읽을 수 있듯이 우리는 금융시장의 생태계가 ESG 활동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즉, 투자기관은 대형 투자자로부터 외면받지 않기 위해 책임투자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고, 해당 투자기관은 서명자 리스트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피투자회사들에게 ESG 활동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기업은 투자유치나 대출을 받기 위해 탄소 감축 활동 등 ESG 활동을 열심히 수행하고 투자기관에 적극적으로 정보공개를 해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이러한 투자와 재무활동의 생태계에 ESG가 중심에 자리 잡고 있고, UNPRI가 굳건히 응원하고 있기에 우리는 UNPRI의 활동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UNPRI의 활동을 알 수 있는 연례행사인 “PRI in Person”이 다음 달 초 도쿄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투자 업계 전반의 전문가들이 모여 책임투자 활동을 소개하고 새로운 ESG 문제와 글로벌 트렌드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국제금융시장은 이렇게 ESG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데, 한국의 금융기관이나 기업은 과연 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을까? 실무현장에서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정부의 지침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거나, 다른 경쟁사들도 가만히 있는데 괜히 먼저 나설 필요 없다는 식의 생각을 하는 책임자들이 의외로 많은 것을 보고 깜짝 놀라곤 한다.

우리가 법제화를 늦춘다거나 ESG 열기가 식기를 기다린다고 해서 국제사회가 우리를 봐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구 온도가 더 높아져 매년 자연재해가 심해질수록 ESG 활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고, 미리 준비하지 못한 우리만 국제사회에서 도태될 뿐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ESG에 기반한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을 파악하여 정부와 산업계가 모두 힘을 합하여 이 난국을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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